‘별걸 다 줄이네’, ‘이건 대체 무슨 한자야?’
우리 사회에서 항상 들려오는 말이다. 젊은 세대는 갈수록 한자를 읽을 줄 모르고, 시니어 세대는 외국어 공부보다 어려운 줄임말들을 배우며 사투를 벌이고 있다. 같은 한국어를 사용하지만 세대가 달라지면 일상에서 쓰는 말이 달라지는 현실이다. 각 세대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결국 세대 간의 소통은 해가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것일까?
이음-세는 항상 강조해 왔다. 우리는 달라진 것이 아니라 서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어딘가 낯설어 보이는 것에도 사실은 연결되어 있는 궤가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번 ‘세대를 이음’에서는 알고 보면 한 가족이었던 두 이산가족, 한자어와 줄임말을 상봉시키고자 한다. 그렇다. 실은 한자어와 줄임말 모두 똑같은 역할을 갖고 있으며 시대에 따라 다른 모습을 취해왔다. 다만 여러 세대가 함께 모여 사는 한국에서는 한자어와 줄임말이 같이 살게 돼버렸다. 이것이 우리가 같은 말을 쓰고 있지만 다르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자는 오래전부터 쓰여왔던 문자다.
한글이 창제되기 이전부터 우리말을 표기하는 문자로 활용되었으며, 한자를 통해 길고 복잡한 의미를 함축한 한자어도 우리말에 많이 유입되었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주요 문자로 한자를 쓰지 않지만 아직도 한자의 영향력 아래 살아가고 있다. 여전히 신문에서는 주요 인사의 이름을 한자로 표기하고 있으며, 일상 대화에서도 한자에서 유래된 다양한 표현을 사용한다.
실제로 일상에서 한자어를 잘 활용한다면 누릴 수 있는 이점이 존재한다. 한자의 뜻을 정확히 알고 쓴다면 전달하고픈 말을 자세하고 정확하게 나타낼 수 있다. 또한 뜻이 다르지만 소리가 같은 단어를 구분할 수 있어 의미가 다르게 전달되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한자어를 응용하여 글을 쓴다면 짜임새와 운율을 살릴 수 있다. 이러한 이점 때문에 한글이 탄생한 뒤에도 한자어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사실 젊은 세대가 줄임말을 사용하는 이유도 한자어를 쓰는 이유와 동일하다. 한글로 쓸 때 말이 길어지는 것을 줄이고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나타내기 위해서다. 물론 한자어로도 가능한 일이지만, 줄임말은 그때마다 원하는 내용을 표현할 수 있어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과 시대상을 곧바로 반영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은 한자를 가면 갈 수록 표기 문자로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한글로 대부분의 소리를 표기하는 시대에 태어난 젊은 세대는 어렵고 복잡한 한자보다는 익숙하고 편리한 한글을 이용해 줄임말을 만든 것이다. 매번 적절한 한자를 찾아 고민하는 시간을 갖는 대신, 말하고 싶은 단어들의 앞글자를 따서 3~5글자로 줄이는 게 빠르면서도 직관적이라고 받아들이는 문화가 생겨난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자주 대두되는 문해력 문제도 한자 대신 줄임말을 즐겨 쓰는 젊은 세대의 문화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 한자에 익숙한 시니어 세대와 X세대, 줄임말이 편한 MZ세대가 같은 사회를 살아가야 하니 서로의 말을 잘 모르는 상황이 불편함을 넘어 문제로 인식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줄임말과 한자는 같은 가족이다.
시니어 세대는 줄임말을 몰라서 익숙한 한자를 계속 들여다보는 것이며, 젊은 세대는 한자어를 사용하고 싶어도 잘 모르기 때문에 줄임말을 만들게 된 것이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모두가 쉽고 편하게 의미와 뉘앙스를 전달할 수 있는 함축된 단어이다. 단지 한자어와 줄임말이라는 다른 형태로 보였을 뿐, 우리는 항상 같은 필요에 의해 함축해서 쓸 수 있는 말을 만들어 왔다.
이음-세는 이번 글을 통해서 멀게만 느껴졌던 두 이산가족, 한자어와 줄임말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자리를 마련해 보았다. 각 세대가 자신이 애용하는 말을 다른 세대에게 알려준다면 우리의 언어문화 또한 새롭게 꽃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글이 서로의 말을 관심 갖는 새로운 교류의 장이 되길 희망한다.
이음-세는 흩어진 세대, 생각, 세상 그리고 마음을 이어주는 매거진이다. 디지털 기기의 사용법부터 최신 기술 트렌드 그리고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이음을 통해 흩어진 것들을 이어준다는 목표 아래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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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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