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추억이 있지 않은가. 우리는 내일을 향해 지금을 살며 어제를 추억한다. 추억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사람이 추억을 떠올리는 방법의 하나로 추억의 장소를 찾아가곤 한다. 분명 어제의 그 장소였지만 오늘 보이는 달라진 모습에 사뭇 아련함이 몰려오기도 한다. 진정한 낭만과 모험을 즐겼던 시니어 세대와 골목대장 X세대는 같은 장소를 지나가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유년 시절을 겪지 못한 MZ세대는 어떠한 추억을 가지고 살고 있을까? MZ세대도 향수를 느끼는 똑같은 사람일 텐데 말이다.
그래서 이음-세는 이번 글을 통해 시니어 세대가 처음 들어보는 추억의 장소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당연히 젊은 세대도 놀이터와 운동장 같은 바깥에서 뛰어놀았던 기억이 있지만, 앞선 세대에 비해 실외에서 놀았던 비중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MZ세대의 추억에는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넘나들며 놀거리를 찾았다는 특징이 있다. 추억의 장소는 사라진 것이 아니라 실내 공간으로, 가상 공간으로 옮겨졌다. 이것이 시니어 세대가 젊은 세대가 기억하는 추억의 장소에 낯설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00년대 초반 가족 단위의 단체 고객을 받는 식당은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방을 완비했다. 부모님과 함께 먹을 음식을 기다리며 볼 풀장에 뛰어들고 매트가 깔린 놀이터를 휘젓고 다녔다. 놀이터를 나오면 오락실에서나 볼 법한 오락기에 메탈슬러그 같은 오락실 게임을 할 수 있었다. 동전이 없거나 게임을 잘 하지 못하는 아이들은 다른 사람이 하는 모습을 뚫어지도록 지켜보기도 했다. 음식이 나와도 아이들을 놓아주지 않았던 놀이방, 부모에게는 난관이었지만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추억이었다.
대형마트에서 볼 수 있는 실내 놀이터도 대표적인 추억의 장소다. 실내 놀이터는 미끄럼틀과 트램펄린은 물론 오락실, 기차 등 테마파크에서나 볼법한 놀이시설까지 구비하였다. 감자탕집 놀이방을 웬만한 매장 하나 크기로 키운 대형 놀이방이라고 할 수 있다. 부모가 장을 보는 동안 아이들을 커다란 놀이방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원래 알고 지냈던 친구처럼 놀았으며 집에 갈 시간이면 신데렐라처럼 사라졌다. 이것이 실내 놀이터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추억이다.


패밀리 레스토랑에는 놀이방이 없지만 추억의 장소가 숨어 있었다. 2000년대 후반, 몇몇 패밀리 레스토랑에서는 대기 중인 고객을 위해 멤버십에 가입할 수 있는 컴퓨터를 놓았다. 어른들이 입장하고 나면 컴퓨터는 아이들의 차지가 되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다른 친구들을 만나 서로 좋아하는 노래 가사도 찾아보고, 인터넷으로 원하는 플래시 게임을 찾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스테이크와 뷔페식 샐러드 바로 유명했던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VIPS)의 입구가 시끌벅적했던 이유다.
컴퓨터에서 접할 수 있는 인터넷과 게임은 새로운 놀이터와 다름없었다. 어디서든 다양한 놀이와 경험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 덕분에 초등학생 여러 명이 PC방으로 향하는 일도 잦았다. 학원에 가느라 놀이터에 나오지 못한 친구들도 함께 놀 수 있었다. 옹기종기 모여 스타크래프트를 했었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아들과 딸은 서든어택, 리그 오브 레전드, 메이플스토리, 피파 온라인 등의 게임 속에서 종횡무진했다.
학교 컴퓨터 수업 시간이 다가오면 아이들은 재빨리 컴퓨터실에 앉아 어린이 포털 사이트에 들어가기 바빴다. 쥬니어네이버, 야후 꾸러기, 다음 키즈짱 등 다양한 포털 사이트에서 아이들을 위한 콘텐츠를 제공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스마트폰이 그 자리를 대신 채웠기에 자주 볼 수 없게 됐지만, 스마트폰이 흔해지기 전 아이들은 쥬니어네이버에서 접하는 플래시 게임이나 만화에 빠져있었다. 전날 밤, TV를 끄며 일찍 자라는 부모님의 말씀 때문에 보지 못했던 아이들은 부랴부랴 놓쳤던 만화영화를 시청했었다. 어쩌면 정해진 수업을 원활하게 진행하지 못하는 선생님들의 고심이 심했을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젊은 세대의 추억이 서려 있는 장소들을 알아보았다. 분량상의 한계로 모든 장소를 다루지 못했으나, 미처 몰랐던 젊은 세대의 추억을 알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을 것이라 생각한다. 각 세대가 살아온 환경이 다른 만큼 저마다 향수가 묻어나오는 장소도 다를 것이다. 추억이 만들어지는 장소나 방식은 다를지언정 친구들과 함께 재미있게 놀고 싶었던 순수한 마음은 모두 똑같다. 부쩍 추워지는 이맘때, 색다른 추억의 장소들을 나눠보며 얼어붙은 심신을 녹여보길 바란다.
이음-세는 흩어진 세대, 생각, 세상 그리고 마음을 이어주는 매거진이다. 디지털 기기의 사용법부터 최신 기술 트렌드 그리고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이음을 통해 흩어진 것들을 이어준다는 목표 아래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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