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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를 이음

'새벽 감성'과 잠 못 드는 밤

 

일찍 일어나는 새는 벌레를 잡고, 늦게 잠드는 새는 감성에 취한다.

 

 

 참으로 이상한 밤이다. 딱히 기분이 나쁘거나 불길한 일이 있는 것이 아닌데도 잠에 들지 못할 때가 있다. 어디 아픈 곳이 있는 것도 아니다. 왜 젊은 세대는 밤잠에 들지 못하는 것인가? 그것은 X세대와 MZ세대가 모두 갖고 있는 ‘새벽 감성’과 ‘새벽 문화’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세계적인 도시로 선망받는 뉴욕. 뉴욕시는 수많은 고층 건물과 가지런한 도로망으로 현대의 대도시를 발명해 냈고, 화려한 전광판과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밤하늘을 수놓았다. 이 찬란한 도시의 별명은 ‘잠들지 않는 도시’이다. 아름다운 야경뿐만 아니라 도시에서 나오는 온갖 문화와 콘텐츠를 통해 전 세계를 잠에 들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우주에서 오늘날의 한반도를 바라보면 뉴욕처럼 불빛이 끊이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국인들의 ‘새벽 감성’과 ‘새벽 문화’ 또한 이러한 밤 모습과 닮아있다. ‘새벽 감성’과 ‘새벽 문화’는 한국인과 현대인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새벽 감성’이란 사람들이 깊은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감성적으로 변하는 상태를 말한다. 반드시 무슨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살다 보면 느끼게 되는 자연스러운 감정 중 하나다. 어쩌면 불철주야로 바쁘게 사는 현대인이 거의 유일하게 소홀했던 감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깊은 밤일지도 모르겠다. 새벽이나마 잠시 이런 고민을 뒤로 하고 순수히 감성에 몸에 맡기게 된다.

 

 젊은 세대가 기본적인 의식주 문제를 겪고 있지는 않다. 당연히 전쟁 같은 어려움을 경험해 본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삶을 살다 보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문제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연애, 취업, 결혼, 진로 등 불확실함 속 다양한 고민이 젊은 세대를 감싸고 있다. 배고픔이 사라졌을지라도 이러한 고민들은 어느 시대든 존재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새벽 감성’에는 이러한 배경이 있다.

 

 한국에 ‘새벽 감성’이 표면 위로 드러난 시기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와 오래전부터 함께 했던 것은 분명하다. X세대는 ‘새벽 감성’이라는 말만 없었을 뿐 MZ세대가 느끼는 똑같은 감성을 먼저 느꼈기 때문이다. 가수 김건모의 데뷔곡 ‘잠 못 드는 밤에 비는 내리고’는 이러한 감성을 반영해 만들어졌다. 곡이 발매된 1992년부터 지금까지 X세대와 MZ세대의 적적한 새벽을 달래주고 있다. 그리고 현재도 유튜브에는 새벽의 우리를 달래주는 음악 플레이리스트들이 가득하다.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아티스트
김건모
앨범
Kim Gun Mo
발매일
1970.01.01

 

 

 

 젊은 세대가 잠 못 드는 또 다른 이유는 ‘새벽 문화’ 때문이다. 과거와는 달리 도시가 늘어났으며 시간대를 다르게 사는 사람 또한 많아졌다. 이번에 설명하고자 하는 ‘새벽 문화’는 밤늦게까지 술자리를 가지는 문화가 아니다. 오히려 새벽에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생겨남에 따라 굳혀진 문화다.

 

 우선 해외 축구 같이 새벽 시간대에만 볼 수 있는 스포츠 경기가 대표적인 새벽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과거에도 해외 스포츠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2000년대 초반 박지성 선수가 영국의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구단에서 활약하며 해외 축구 르네상스를 일으켰다. 이때 축구를 응원했던 사람들이 자녀들과 같이 보면서 자연스럽게 문화로 정착했다. 최근에는 영화관에서도 축구 경기를 보여주는 경우가 생겼다.

 


 

 

 

 게임을 즐길 때 다른 나라의 사람들과 함께 즐기기 위해 새벽 시간대를 택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젊은 세대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OTT(유료 동영상 서비스)에서 재미있는 콘텐츠를 몰입하며 보다가 시간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실외에는 야간에도 운영하는 편의점과 상점이 있어 원하는 음식이나 용품을 구할 수 있다. 해가 지더라도 계속 편의를 누릴 수 있다.

 

 사실 해외에서는 '새벽 감성’과 ‘새벽 문화’가 오래 기간 존재했다. 그러나 한국의 시니어 세대는 눈앞에 산적한 과제들이 많았던 나머지, 이런 것들을 느낄 여유가 없었던 것은 아닌지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시니어 세대가 있었기에 X세대와 MZ세대가 ‘새벽 감성’과 ‘새벽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지금까지 모든 세대가 ‘새벽 감성’과 ‘새벽 문화’를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많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이음-세는 이번 글을 통해 시니어 세대에게 ‘새벽 감성’과 ‘새벽 문화’를 소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어쩌면 '새벽 감성'과 '새벽 문화'는 낯선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 밤만큼은 세대에 상관 없이 같은 '새벽 감성'과 '새벽 문화'를 나누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음-세는 흩어진 세대, 생각, 세상 그리고 마음을 이어주는 매거진이다. 디지털 기기의 사용법부터 최신 기술 트렌드 그리고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이음을 통해 흩어진 것들을 이어준다는 목표 아래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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