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머니. 이름 그대로 석유 수출로 인한 수입을 의미하는 말이다.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중동 국가의 주요 자본이다. 두바이와 같은 초호화 도시들은 오일 머니의 힘이 거대함을 증명한다. 석유는 선택받은 나라에만 주어지는 막대한 자원이다.
동시에 석유는 내부 매장량에만 의존하는 한정적인 자원이기도 하다. 언젠가 고갈될 날이 찾아온다는 뜻이다. 그러나 중동 국가는 더 이상 석유만 바라보지 않는다. 아직도 땅에서 석유가 넘치도록 흘러 나오지만, 이들은 새로운 석유를 찾아 나섰다. 중동에서 일어나는 모래바람은 그 어느 때보다도 거세지고 있다.
>> 두바이가 뿜어낸 새로운 석유, 아랍에미리트
“미래는 상상하고, 설계하고 그리고 실행할 수 있는 자의 것이다.
미래는 기다려야 하는 것이 아닌, 창조해야 하는 것이다.”
-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 UAE 부통령 겸 총리
아랍에미리트에 새로운 판도를 연 인물은 아랍에미리트의 부통령 겸 총리 무함마드 빈 라시드 알막툼이다. 당시 두바이는 수도 아부다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도시였지만, 양식 진주 산업을 제외하면 별다른 수익이 없는 상태였다. 알막툼 총리는 아부다비에서 석유로 벌어들인 수익을 두바이 도시 개발에 투자해 새로운 동력을 창출하기로 결정했다.
알막툼 총리는 싱가포르에서 영감받아 두바이에 경제 특별 구역을 조성했다. 여기에 외부 자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부동산, 세금 등 개방 정책을 같이 펼쳤다. 이러한 정책은 수많은 외부 자본을 두바이로 불러들였다. 더불어 관광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양한 랜드마크와 관광 시설을 대거 건설했다. 그리고 정해진 구역에서 음주를 허용하는 등 해외 관광객에게 친근한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였다.
이제 두바이는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도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 부르즈 알 할리파, 세계 최초로 인공 섬 위에 지어진 호텔 버즈 알 아랍, 우주에서도 보이는 인공섬 팜 아일랜드 등 무수한 랜드마크들이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이들은 중동 지역에서 경제와 관광이라는 새로운 석유를 찾아내 다른 중동 지역과는 확연히 다른 오아시스를 이룩할 수 있었다. 두바이를 거치지 않는 중동 사업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두바이의 성공은 중동 전역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다 주었으며, 수도 아부다비 또한 두바이와 차별화되는 문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세계적인 건축가들과 협업하고 있다.
>> 축구와 월드컵으로 이뤄낸 도약, 카타르
카타르 또한 새로운 석유를 찾아 나선 중동 국가 중 하나였다. 카타르가 찾아낸 새로운 석유는 축구였다. 2011년, 카타르는 한화 약 700억원에 프랑스의 강호 파리 생제르맹 FC(PSG)를 인수했다. 10여년 동안 한화 약 2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을 동원해 리오넬 메시, 킬리안 음바페, 데이비드 베컴 등 세계적인 선수들을 데려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국의 이강인 선수를 영입하는 등 젊고 유망한 자원에 투자하며 세계적인 구단으로 성장시켰다.
카타르는 중동 지역 최초로 월드컵 유치에 성공했다. 카타르에게 월드컵은 국가 인프라를 단번에 끌어올릴 수 있는 국책 사업이었다. 한화 약 200조원에 준하는 금액을 지출했다. 카타르는 월드컵 대회에 맞춰서 루사일이라는 신도시 하나를 새로 지어올렸다. 대회 이후에도 사용할 수 있는 숙박 시설과 상업 구역을 구축했다. FIFA 회장은 2022 카타르 월드컵이 월드컵 역사상 가장 큰 흥행을 거두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제 카타르의 새로운 석유는 축구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 거대한 보폭의 후발주자, 사우디아라비아
"이슬람 율법과 석유에만 의존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상태입니다.
왕국 전체 석유에 중독되어 있습니다."
-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 자국 매체와의 인터뷰 중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 없이 지금의 사우디아라비아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빈 살만 왕세자는 왕위 계승 서열 1순위로 사우디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사우디는 특유의 건국 배경과 종교로 인해 이슬람 국가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편에 속하게 되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이전에는 없었던 파격적인 개혁을 단행해 사우디의 변화를 이끌었다.
빈 살만 왕세자는 ‘비전 2030’을 통해 전 분야를 걸친 국책 사업을 수립했다. 두바이와 카타르의 행보를 사우디만의 방식으로 더 원대하고 대담하게 해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비전 2030’의 장기적인 목표는 탈석유화와 문화 산업 부흥이다. 석유 중독을 해독하고 국가 이미지를 개선해 선진국이 되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실제로 사우디는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 산업에 투자하고 있다.
‘비전 2030’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프로젝트는 바로 네옴시티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서쪽 해안가에 지어지는 신도시다. 사막 한가운데에서 500m나 되는 높이의 거대한 수직 도시 '더 라인'을 지어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도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한 산맥 쪽에는 '트로제나'라고 불리는 초대형 동계 스포츠 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사우디는 2027년부터 이곳에서 아시안컵, 동계 아시안게임, 엑스포, 월드컵을 차례대로 국제 이벤트를 개최한다.
생명이 살기 어려운 척박한 사막환경을 오일머니로 개척한 중동. 이들은 더이상 자연이 준 선물에 의존하지 않는다. 언제라도 고갈될지 모르는 오아시스와 석유 대신, 오랜 시간 사람들을 끌어모을 문화 산업과 경제 산업을 성장시키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중동의 모래바람은 거세지고 있다. 사막을 넘어 전 세계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모래바람은 기피의 대상이 아니게 될지도 모른다. 세상을 홀릴 새로운 석유를 같이 끌고 올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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